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교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처럼 국가가 지급을 책임져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연구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지적이다. 온 국민에게 가장 중차대한 이슈를 이제사 거론한 게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대다수 국민이 노후에 국민연금이 재정이 부족해져 구멍 나면 나라에서 지급하는 줄 알지만 유감스럽게도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높아진다고 나중에 가입자들이 받을 연금액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든든한 노후대비 수단이니, 수익률이 높아 임의가입자가 급증한다느니 하며 국민연금을 마치 펀드와 비슷한 것처럼 홍보해왔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말 367조원이 쌓여 있다.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훨씬 많기에 2043년 최대 2465조원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 줄곧 불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그로부터 불과 17년 뒤인 2060년이면 그 엄청난 돈이 순식간에 고갈된다는 점이다. 현재 20세 청년이 평생 연금을 성실히 납부해도 노후에 돈이 없어 연금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학계에선 저출산 고령화 등의 여파로 연금 고갈시기가 2050년 전후로 대폭 빨라진다고 추정하는 마당이다.

연금보험료는 강제로 걷으면서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는 국민연금은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 이민 가거나 사망 전에는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다른 특수직역 연금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하지만 지금껏 정치인 관료 그 누구도 이런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자신의 임기만 무사하면 그만이라는 님트(NIMT.not in my term) 증후군만 팽배해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 고갈시기가 2050년이든 2060년이든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머지않은 현실이다. 그들이 진실을 깨닫는 순간, 일본 공적연금이 젊은층 납부거부로 휘청거리듯 국민연금도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은 국민연금의 불편한 진실은 쏙 빼고 반값·무상이란 사탕발림 공약만 쏟아낸다. 이는 진실을 모르는 미래세대를 볼모로 한 돌려막기이자 대국민 기만일 뿐이다. 언제까지 감출 셈인가.